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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기흉 (응급실, 재발, 수술)

by hsh101104 2026. 5. 2.

가슴 통증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남성의 모습

 

솔직히 그날까지는 기흉이라는 병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키 크고 마른 체형의 동생이 갑자기 숨을 헐떡이며 가슴을 움켜쥐던 그 순간, 저는 그냥 얼어붙었습니다.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너지는 장면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공포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흉이라는 병이 환자와 가족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씁니다.

응급실, 그날의 기억

제가 처음 기흉이라는 단어를 들은 건 응급실 대기 의자에 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의사가 빠르게 설명했지만 머릿속에는 절반도 들어오지 않았고, 유리창 너머로 동생이 처치를 받는 모습만 눈에 밟혔습니다. 기흉은 흉강(胸腔) 내에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고이면서 폐가 쪼그라드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흉강이란 폐와 흉벽 사이의 밀폐된 공간을 말하는데, 이 공간에 공기가 차오르면 폐가 제대로 부풀지 못하게 됩니다. 동생처럼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젊은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폐가 급격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폐기포(肺氣胞)가 쉽게 형성되기 때문인데, 폐기포란 폐 표면에 생기는 작은 공기 주머니로 외부 자극 없이도 터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동생이 겪은 것은 자발성 기흉(spontaneous pneumothorax), 그 중에서도 기저 질환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자발성 기흉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일차성 자발성 기흉이란 폐 자체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폐기포가 터지며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쓰러진다는 게 납득이 안 됐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기흉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10~30대 남성
  • 흡연 경험이 있는 경우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 경험 있음)
  • 폐기포가 확인된 경우
  • 가족력이 있는 경우

동생은 흡연 경험이 있었고, 체형도 해당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고 신호는 있었던 셈인데, 당시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기흉이 워낙 갑자기 찾아오는 데다 초반에 흉통(胸痛)이 24시간 이내에 자연스럽게 완화되는 경우가 많아 그냥 넘기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그게 더 아찔합니다.

재발, 그리고 현실적인 선택

처음 응급실을 다녀온 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 번 나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재발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을 줄은 몰랐습니다. 기흉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발병 후 재발 확률이 30~40%이며, 두 번 재발하고 나면 세 번째 발병 확률은 70~80%까지 치솟습니다. 동생은 첫 발병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같은 증상이 왔고, 그때부터 수술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발 기흉의 치료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는 편입니다.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재발을 반복한 이상 근본적인 처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두 번 이상 재발한 환자에게는 흉강경 수술을 권장하는 것이 현재 의료 현장의 일반적인 방향이고, 그 판단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흉강경 수술(VATS, Video-Assisted Thoracoscopic Surgery)이란 가슴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 카메라를 삽입해 폐기포를 직접 절제하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원인이 되는 공기 주머니 자체를 잘라내는 수술입니다. 개흉술처럼 가슴을 크게 열지 않아 회복이 빠른 편이고, 수술과 함께 흉막유착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흉막유착술이란 흉강 내에 약물을 투여해 흉막에 인위적으로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폐와 흉벽을 붙이는 처치인데, 이렇게 하면 공기가 새어나갈 공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동생이 수술을 결정했을 때, 저는 안도와 걱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수술까지 해야 하나"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저는 오히려 그때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재발성 기흉 환자의 수술적 치료 후 재발률은 보존적 치료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술 이후, 그리고 가족으로서의 시각

수술이 끝나고 동생이 회복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제가 느낀 건 단순한 안도감만이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 전체에서 가족은 철저히 '주변인'이었다는 생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치료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하거나 심리적으로 지지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기흉이라는 병은 단순히 폐에 공기가 새는 의학적 현상이 아닙니다. 환자는 숨이 막히는 공포를 겪고, 그 옆에서 가족은 무력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감당해야 합니다.

 

의료 시스템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건 당연하지만, 보호자를 치료 과정의 일부로 포함하는 시스템이 좀 더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수술 이후 관리도 중요합니다. 흉관삽입술(tube thoracostomy)이란 흉강 내에 가는 관을 넣어 고여 있는 공기를 외부로 빼내는 치료법으로, 수술 직후에도 일시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관이 빠지고 나서도 일정 기간 동안은 무거운 것을 들거나 격한 운동을 피해야 하며, 급격한 기압 변화가 생기는 스쿠버다이빙이나 스카이다이빙은 장기적으로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한흉부외과학회는 기흉 수술 후 금연을 필수로 권고하며, 흡연이 폐기포 재형성 및 재발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대한흉부외과학회). 기흉을 겪은 뒤 동생은 담배를 끊었습니다. 쉽지 않았겠지만, 재발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기흉이 어떤 병인지 몰랐던 저에게, 이 경험은 숨 쉬는 것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를 가르쳐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기흉을 처음 접한 분이라면, 특히 키 크고 마른 체형의 젊은 가족이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이 생겼을 때 '근육통이겠지'하고 넘기지 말고, 가까운 응급실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진단은 흉부 X-ray 한 장으로도 빠르게 가능하니, 망설임 없이 움직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쓴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ksc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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