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밤마다 귀를 잡고 운다면,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넘기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틀째 열이 떨어지지 않고, 아이가 "귀 아파…"라고 속삭이던 그 순간,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결국 병원에서 받아든 진단은 급성 중이염이었습니다.
감기 이후에 왜 귀가 아플까 - 중이염의 배경
급성 중이염이란 중이강, 즉 고막 안쪽의 빈 공간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성인보다 소아에게 훨씬 흔하게 발생하는데, 그 핵심 이유는 이관(耳管) 구조에 있습니다. 이관이란 중이와 코 뒷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로, 중이 내부의 압력을 조절하고 분비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른은 이관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지만, 소아는 이관이 짧고 거의 수평에 가까워 코나 목에서 세균이 중이로 올라가기가 훨씬 쉽습니다. 저는 이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그럼 감기에 걸리면 중이염도 같이 오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콧물을 3~4일 달고 다니다가 그다음 주에 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으니, 순서가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상기도 감염 이후 이관을 통해 세균이 중이로 전파되는 경로가 가장 흔하다는 사실을,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주요 원인균으로는 폐렴구균, 헤모필루스균, 모락셀라균이 꼽힙니다. 소아는 면역 기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이 균들에 특히 취약합니다. 국내 소아 급성 중이염 발생률에 관한 자료를 보면, 만 2세 이전에 절반 이상의 아이가 한 번 이상 중이염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입니다. (출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중이염이 단순 감기 후유증처럼 보여서 방치하기 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고, "조금 지나면 낫겠지"라며 이틀을 흘려보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판단이 아이의 고통을 더 길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이 남습니다.
밤마다 우는 아이 - 증상과 진단의 실제
급성 중이염의 대표 증상은 이통과 발열입니다. 이통이란 귀 안쪽에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통증을 말하며, 특히 누웠을 때 중이 내 압력이 변하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낮보다 밤이 더 힘든 겁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가 낮엔 그럭저럭 버티다가 잠자리에 들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말 못하는 영유아라면 귀를 자꾸 잡아당기거나 보채는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이 신호를 그냥 "투정"으로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귀를 반복적으로 만지거나, 이유 없이 밥을 거부하거나, 38도 전후의 열이 이틀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합니다. 진단은 이경(耳鏡) 검사로 이루어집니다. 이경이란 귀 안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기구로, 의사가 이것으로 고막의 발적이나 팽창 여부를 확인합니다. 필요에 따라 임피던스 청력검사도 시행하는데, 임피던스 청력검사란 고막의 움직임과 중이 내 압력을 측정해 청력 저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병원에서 이 검사들을 진행할 때 저는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을 들으려 했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중이염의 증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확인해야 할 신호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귀를 자주 잡아당기거나 손으로 귀 주변을 만지는 행동
- 38도 전후의 발열이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경우
- 갑작스러운 난청 또는 본인 목소리가 울리는 느낌 호소
- 고막 천공 시 귀에서 이루(고름)가 흘러나오는 경우
- 이유 없는 보챔, 수면 장애, 식욕 저하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다음날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일 진료를 권합니다.
항생제만으로 충분할까 - 치료와 예방 관리
치료에 대해서는 "자연 치유되기도 하니 기다려보자"는 의견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 바로 항생제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갈립니다. 실제로 가벼운 급성 중이염은 항생제 없이 회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48시간 이상 발열과 이통이 지속된다면 관망보다 치료 쪽이 맞다고 봅니다. 아이가 이틀 밤을 뒤척이는 걸 지켜봤을 때, 기다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선택인지 알게 됐습니다.
항생제 요법과 함께 소염진통제를 병행해 통증과 열을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두개 내 합병증이 의심될 경우에는 고막절개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고막절개술이란 고막에 작은 절개를 가해 중이 내 삼출액을 배출하고 압력을 낮추는 시술로, 극심한 통증을 빠르게 완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반복적인 중이염에는 환기관 삽입술도 선택지가 됩니다. 예방 측면에서 소아 중이염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방법 중 하나는 폐렴구균 백신 접종입니다. 국내 필수 예방접종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만큼, 접종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이 외에도 간접흡연 노출을 피하고, 수유 시 아이의 자세를 기울여 이관으로 분유가 역류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중이염이 만성으로 이행되면 감각신경성 난청이나 어지럼증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감각신경성 난청이란 내이나 청신경 손상으로 발생하는 청력 저하로, 전음성 난청과 달리 수술로도 회복이 어렵습니다. 이 점이 중이염을 단순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아이가 며칠 뒤부터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귀 아프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이번 일이 저에게 준 교훈은 하나입니다. 아이의 작은 신호를 "피곤해서 그렇겠지"로 덮어두지 말 것. 초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아이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몸으로 압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kor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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